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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계의 '여제' 김가영(41·하나카드)이 또 한 번 역사를 새로 썼다. 2024년 12월 8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4' LPBA 결승전에서 김가영은 김보미(NH농협카드)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4-2(11-0 11-6 11-4 3-11 9-11 11-1)로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김가영은 올 시즌 3차 투어인 베트남 하노이 오픈부터 이번 7차 투어까지 놀라운 5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가영은 프로당구 역사상 최초로 30연승과 5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는 남녀를 통틀어 프로당구 역사상 가장 긴 연승 기록이며, 연속 우승 기록 또한 전례 없는 성과다.

"실력이 좋아도 연속으로 우승할 수 있는 비결은 없다. 여러 조건이 잘 맞았고, 운도 따랐다." - 김가영

 

김가영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승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녀는 이제 프로당구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며, 그녀의 경기력은 여자 선수들뿐만 아니라 남자 선수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고 있다.

 

 

김가영의 압도적인 경기력과 우승 과정

이번 결승전에서 김가영은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1세트에서 11-0이라는 완벽한 스코어로 시작해 2, 3세트도 연이어 가져갔다. 비록 4, 5세트에서 김보미의 반격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6세트에서 다시 한번 11-1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가영의 경기 스타일은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녀의 샷 선택과 큐 컨트롤은 항상 정확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멘탈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결승전에서 보여준 하이런과 난도 높은 샷들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가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중반에 다소 위태위태한 순간도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우승해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또한 "부담을 계속 느끼면서 경기하다 보니 부담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졌다"고 덧붙였다.

 

결승

 

 

김가영의 기록 행진과 그 의미

김가영의 이번 우승으로 그녀의 통산 우승 횟수는 12회로 늘어났다. 이는 프로당구 출범 이후 남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우승 기록이다. 또한 그녀는 이번 우승으로 4000만 원의 상금을 추가해 시즌 상금 2억900만 원을 기록, LPBA 선수 중 최초로 단일 시즌 2억 원 상금 고지를 넘어섰다.

김가영의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당구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녀의 활약으로 여자 프로당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으며, 이는 당구 인구 증가와 대중화로 이어지고 있다.

"조금 더 성장해 더욱 단단한 선수가 되겠다." - 김가영

 

김가영의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훈련에 있다. 그녀는 "공의 원리를 찾는 데 집중한다"며 "기본기를 다지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공의 원리와 기본기는 다르다. 공의 구름 같은 것을 연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그녀의 접근 방식은 단순한 기술 연마를 넘어 당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가영의 향후 전망과 당구계에 미치는 영향

김가영의 압도적인 성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녀의 남자부 도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가영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녀는 "PBA 선수들과 경쟁할 수준이 안 된다. 내가 PBA에서 뛰는 것은 물을 흐리는 셈"이라며 현재로서는 남자부 도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가영은 현재 시즌 애버리지 1.22점으로 LPBA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녀는 "남자부는 애버리지 1.5점 이상인 선수들이 경쟁하는데 1.2~1.3점을 기록하는 선수가 경쟁하는 건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말 열심히 훈련해 애버리지 1.5점을 기록한다면 남자부 물을 흐리는 건 아닐 것"이라며 미래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김가영의 이러한 태도는 그녀의 프로페셔널리즘과 당구에 대한 존중을 잘 보여준다. 그녀는 단순히 개인의 성과나 명예보다는 당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발전과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김보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보미는 지난 시즌 왕중왕전 결승에서도 김가영에게 패배를 당한 바 있다. 그녀는 "이번 시즌 내내 부진했는데 마지막 투어에서 결승에 올라 (32명이 겨루는) 왕중왕전에 갈 수 있어 뿌듯하다"면서도 "솔직히 결승에서 이기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김가영보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가영의 연승 행진은 당구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녀의 활약으로 여자 프로당구의 위상이 높아졌고, 이는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프로 당구를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김가영의 경기력은 당구 팬들에게 높은 수준의 경기를 제공함으로써 당구의 대중적 인기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김가영이 어디까지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녀의 활약이 한국 당구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가영의 성공은 단순히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당구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