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 여자 탁구의 간판 선수이자 귀화 선수로 활약해온 전지희(32)가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전지희는 소속팀 미래에셋증권과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재계약을 포기하고 국가대표 자격도 내려놓았다. 이로써 전지희는 사실상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되었다.
전지희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에 불참했다. 이는 그녀가 국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김택수 미래에셋 총감독은 전지희의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지희 선수가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일궈낸 뒤, 더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전지희의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 17위로, 신유빈(대한항공·세계 10위)에 이어 국내 여자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국내외 대회 성적을 합산한 랭킹포인트가 3위 안에 들어 내년 국가대표 자동선발권이 부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지희가 태극마크를 내려놓음에 따라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삐약이' 신유빈과의 '황금 콤비'도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전지희와 신유빈은 지난해 여러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한국 여자 탁구의 희망으로 떠올랐었다.
전지희-신유빈 콤비의 찬란했던 순간들
전지희와 신유빈은 작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복식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합작했다. 이는 1987년 뉴델리 대회 때 양영자-현정화 콤비의 금메달 이후 무려 36년 만의 값진 성과였다.
이어 두 선수는 작년 8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복식 정상에 올랐다. 이는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올해 8월 파리 올림픽에서도 여자단체전 독일과의 3위 결정전에서 호흡을 맞춰 첫 복식 승리를 합작하며 한국 여자탁구 사상 16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확정지었다.
전지희가 신유빈과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무대는 이달 초 중국 청두에서 열린 혼성단체 월드컵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 등을 따돌리고 2년 연속 중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지희와 신유빈의 콤비 플레이는 한국 여자 탁구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두 선수의 환상적인 호흡은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죠."
전지희의 화려했던 국가대표 경력
중국 허베이성 랑팡 출신인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 대표로 활약하다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2011년 귀화 후 한국 국가대표로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전지희는 올림픽 동메달, 세계선수권 은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와 동메달 5개,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을 획득하며 역대 귀화 선수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10년 넘게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한국 탁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전지희의 성과는 단순히 메달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다. 그녀는 한국 여자 탁구의 중흥기를 이끈 주역으로, 특히 신유빈과 함께 한국 탁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지희의 헌신과 노력은 한국 탁구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전지희의 은퇴, 그 이후의 한국 여자 탁구
전지희의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으로 한국 여자 탁구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신유빈과의 황금 콤비 해체는 향후 국제 대회에서 한국 여자 탁구의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지희의 은퇴가 한국 여자 탁구의 세대교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신유빈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탁구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탁구협회 관계자는 "전지희 선수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신유빈 선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복식 조합을 만들어 국제 대회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지희 선수의 은퇴는 아쉽지만, 이제 우리는 미래를 바라봐야 합니다. 신유빈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한국 탁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한편, 전지희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그녀가 중국에서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지희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이 향후 어떤 형태로든 탁구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전지희의 은퇴는 한국 탁구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한국 여자 탁구는 이제 신유빈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전지희가 남긴 업적과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 탁구가 더 높이 비상할 수 있기를 많은 이들이 희망하고 있다.